FLORALAB REBRANDING

취재 — 홍슬기 @CA
플로라랩 리브랜딩
디자이너 조중현이 식물과 대비되는 선이 돋보이는 플로라랩 리브랜딩 작업 과정을 설명한다.

크리에이티브 : 조중현 JOONGHYUN CHO joonghyuncho.com
클라이언트 : 플로라랩 FLORALAB floralab.kr




프로젝트 개요 :
            플로라랩의 염미선 대표와는 SNS로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며 교류가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인 나의 활동을 지켜보다 작업 의뢰를 하게 되었다. 클라이언트와 나는 플로라랩의 사업 초창기부터 우연히 서로 알게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이덴티티를 필요하다 느끼게 되면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높은 확률로 좋은 디자인 퀄리티를 뽑아낼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SNS에 올린 나의 작업을 보고 플로라랩의 리브랜딩 담당자로 나를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디자인 작업물을 공개하면서 디자인하고 대중적인 피드백을 받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고려하여 함께 일을 하기로 정했다고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미리 시안 공개를 하거나 카피를 우려하는 다른 클라이언트와는 다르게 플로라랩은 처음부터 작업 도중 일어나는 일련의 작업 과정을 개인용 SNS에 공개하길 원했고, 작업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땐, 메일과 메시지보다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다. 그 결과 빠르고 직관적인 소통이 가능했다. 또한 클라이언트는 의사 결정에 관해서도 매우 빠른 결정을 원했다. 따라서 나는 기존 작업과는 달리 매우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만 했는데, 플로라랩이 파리 메종 오브제 출품을 코앞에 두고 있기도 하였고 기존 아이덴티티에서 더 나은 디자인으로 신속하게 도약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 :
            내가 받은 브리프는 ‘자연과 대비되어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아이덴티티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잡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것을 바탕으로 ‘식물이 가진 곡선과 대비되는 선을 사용하자’는 목표가 첫 미팅 때 결정되었다. 이러한 ‘선’은 특히 ‘서체’에서 두드러진다. 나는 아이덴티티의 방향성에 맞춰 자연주의와 대비되는 고딕체를 선택했다. 20세기의 성공적인 서체인 아방가르드 고딕Avant Garde Gothic이 여기에 제격이었고,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의 특유의 위트로 표현된 제호에 영감을 받아 플로라랩의 프레임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기로 했다. 로고를 읽었을 때 제품의 형태가 동시에 떠오르길 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FLORA’와 ‘LAB’이 하나의 로고로 작용하면서도 각각의 단어들이 유기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시각 표현이 필요했다. 따라서 아방가르드 고딕을 베이스로 R과 L사이의 A를 아방가르드 고딕 특유의 표현을 살려 왼쪽으로 기댄 A로 레터링했다. 그리고 A와 L 사이의 공간을 확보하여 그 사이에 ®을 삽입했는데, 시각적인 공백을 메우면서도 동시에 로고가 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로고타입뿐만 아니라 로고 속에 제품을 나타낼 수 있는 서브 아이덴티티가 녹아있길 바랐다. 그래서 FLORA의 ‘O’를 ‘L’ 위에 올려 플로라랩의 제품인 ‘네모네모네’의 형태를 표현했고, 시각적인 균형감을 위해 모든 철자를 다시 레터링했다. 의도적으로 아방가르드 고딕과 완전히 다른 로고타입이 탄생했지만, 그 정신은 그대로 이어받아 곧게 뻗은 선과 공간 및 대각의 활용이 식물과 대비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1차적으로 기본 로고타입의 뼈대를 잡고, 기존에 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흡수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선형 로고타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기존 로고는 기본적인 사선형이었는데, 질서 없는 배치와 무너진 수직 및 수평 균형 때문에 다듬을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로고 형태의 아이디어 자체는 제품을 잘 표현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잘 물려받아야 했다. 따라서 개발한 로고타입의 수평을 유지하되 Y축의 위치를 조정해 각도를 표현했고, 프레임과 철자들간의 관계, 즉 시각적인 균형감은 개발한 로고타입보다 조금 더 의도적으로 조절하여 완성했다. 그렇게 기본형과 사선형 두 가지의 로고타입이 개발되었고, 각각의 쓰임새와 역할을 부여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결과 :
                클라이언트와는 온라인상에서의 ‘핑퐁’을 지양하고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하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일정에 대부분 맞출 수 있었다. 사업 초기 상황인 클라이언트는 보통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그려주길 원하는데, 그런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서로 감정만 상하는 경우가 빈번해 결과물도 좋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선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의 의사를 존중하여 즐겁게 디자인 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디자인 후 제작과정 상의 이슈들이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인쇄 과정을 책임지기로 하여, 디자이너인 나는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계획된 일정보다 마감이 늦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제작물이 프로젝트 이곳저곳을 떠돌다 다시 디자이너인 나에게 넘어와 일을 중복으로 하게 되었다. 했다. 또한 종이, 별색, 감리 등 현장에서 직접 체크해야 하는 경우에 디자이너로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 조금 아쉽다. 플로라랩 리브랜딩 과정을 틈틈이 SNS에 올려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굵은 타입의 시안을 올렸을 때도 반응이 좋았지만, 그 이후 정제하여 얇아진 타입을 올렸을 때 ‘업그레이드 되었다’라는 반응을 보고 ‘이 방향이 맞구나’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플로라랩의 리브랜딩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브랜드를 디자인할 수는 있지만, 제품 본질은 디자인 할 수 없다. 하지만 플로라랩의 제품은 매우 훌륭했고, 나는 마음에 드는 제품에 관한 브랜딩을 할 수 있어서 일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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